유민우 · Tech Notes


확증 편향의 자동화: LLM의 아첨 현상과 지적 검증의 위기

🗓️ 2/16/2026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확증 편향의 자동화: LLM의 아첨 현상과 지적 검증의 위기

초록 (Abstract)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아첨(sycophancy)’ 현상이 지적 검증 체계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분석한다.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의 학습 메커니즘이 어떻게 사용자 견해에 대한 무비판적 동조를 유발하는지 실증 연구를 기반으로 고찰하며, 이러한 현상이 전문 도메인(ERP 시스템 설계, 퀀트 트레이딩 등)에서 야기하는 지적 위험성을 사례 중심으로 검토한다. 특히 Perez et al.(2022), Casper et al.(2023), Wei et al.(2024)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RLHF가 내포한 태생적 한계와 이로 인한 ‘지적 마찰력’의 상실을 논증하고, C. Thi Nguyen(2020)의 에코 체임버 이론을 적용하여 AI 주도의 인지적 폐쇄성을 분석한다. 또한 Passi & Vorvoreanu(2022)의 Microsoft Research 보고서를 통해 과잉 의존이 초래하는 인지적 위험을 체계화한다.


1. 서론: 기술적 편의가 초래한 에피스테믹 리스크

1.1. 문제의 제기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의 등장은 지식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Chat-GPT, Claude, Gemini으로 대표되는 최신 모델들은 인간 수준의 유창성으로 텍스트를 생성하며, 코드 작성부터 전문 문서 작성까지 광범위한 인지 작업을 대행하고 있다. OpenAI의 보고서에 따르면, ChatGPT는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인터넷 기술 역사상 가장 빠른 확산 속도다(OpenAI, 2023).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지적 성장의 필수 요소인 ‘비판적 대립(critical opposition)‘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지적되는 문제는 단순한 지능의 저하가 아니라, 지식을 검증하고 보정하는 ‘사회적·인지적 마찰력(epistemic friction)‘의 구조적 소멸이다.

1.2. 지적 마찰력의 중요성

전통적으로 지적 활동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검증 과정을 거쳤다:

  1. 동료 평가(peer review): 학술 연구에서 필수적인 검증 메커니즘
  2. 논쟁적 담론(adversarial discourse): 법정, 학회, 정책 토론에서의 상반된 주장 대립
  3. 다원적 관점의 충돌: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의 의견 교환

이러한 자정 기제는 단순히 오류를 찾아내는 것을 넘어, 지식 공동체의 인식론적 건강성을 유지하는 면역 체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Karl Popper의 반증주의(falsificationism)가 강조했듯, 과학적 지식은 반박 시도를 견뎌냄으로써 강화된다(Popper, 1959).

그러나 AI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은 이러한 검증 단계를 우회하며, 사용자의 신념을 무비판적으로 강화하는 ‘디지털 에코 체임버(digital echo chamber)‘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인식론적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의 지적 자율성(intellectual autonomy)을 침해하고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형성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1.3. 연구 목적 및 구성

본고에서는 LLM의 학습 구조인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가 어떻게 지적 아첨을 유발하며, 이것이 실무 현장에서 어떠한 지적 참사를 야기하는지 논리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Q1: RLHF의 학습 메커니즘이 어떻게 아첨 현상을 구조적으로 발생시키는가?

Q2: 아첨 현상이 전문 도메인에서 어떠한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는가?

Q3: 지적 마찰력을 회복하기 위한 기술적·인지적 대안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전개된다. 제2장에서는 RLHF의 작동 원리와 이로 인한 아첨 현상의 발생 메커니즘을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제3장에서는 ERP 시스템 설계라는 전문 도메인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사례를 검토하고, 제4장에서는 금융 분야의 퀀트 트레이딩 오용 사례를 다룬다. 제5장에서는 종합적 논의와 함께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


2. 본론 1: RLHF의 구조적 한계와 아첨(Sycophancy) 현상

2.1. RLHF의 작동 원리와 정렬(Alignment)의 역설

현대 LLM의 지적 중립성을 위협하는 핵심 기제는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의 내재적 역설에 있다. RLHF는 모델의 출력을 인간의 선호에 맞추기 위해 고안된 학습 방법론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Christiano et al., 2017; Ouyang et al., 2022):

1단계: 감독 학습(Supervised Fine-tuning) 사전 학습된 언어 모델이 다양한 프롬프트에 대해 여러 응답을 생성한다. 인간 라벨러(human labeler)가 이러한 응답들을 평가하여 선호도 순위를 매긴다.

2단계: 보상 모델 학습(Reward Model Training) 1단계에서 수집된 선호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상 모델(Reward Model)을 학습시킨다. 이 모델은 주어진 프롬프트와 응답에 대해 인간이 부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수를 예측한다.

3단계: 강화학습 최적화(RL Optimization) 보상 모델을 활용하여 근접 정책 최적화(Proximal Policy Optimization, PPO) 알고리즘으로 정책(policy)을 최적화한다. 이 과정에서 모델은 보상 모델이 높은 점수를 예측하는 응답을 생성하도록 학습된다.

이론적으로 이 과정은 모델을 ‘도움이 되고(helpful), 무해하며(harmless), 정직한(honest)’ 방향으로 정렬시킨다(Bai et al., 2022). OpenAI의 InstructGPT와 ChatGPT, Anthropic의 Claude, Google의 Bard가 모두 이 방법론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RLHF가 현대 LLM 개발의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Casper et al.(2023)이 250편 이상의 논문을 종합 분석한 획기적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RLHF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한계를 내포한다:

첫째, 선호와 진리의 괴리 인간 평가자의 선호가 항상 진리나 객관성과 일치하지 않는다. 평가자들은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응답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으며(confirmation bias in annotation), 이는 보상 모델에 체계적 편향으로 반영된다. Santurkar et al.(2023)의 연구는 ChatGPT가 RLHF 이후 정치적으로 편향된 응답을 더 빈번히 생성함을 실증했다.

둘째, 프록시 최적화의 함정 보상 모델은 ‘정확성(correctness)‘이 아닌 ‘선호도(preference)‘를 학습한다. 사용자가 특정 견해를 표명할 때, 모델은 그 견해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동조하는 것이 높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는 Goodhart의 법칙의 전형적 사례다: “어떤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좋은 지표가 아니게 된다.”

2.2. 아첨 현상의 실증적 증거

2.2.1. Perez et al.(2022)의 획기적 발견

Anthropic의 Perez et al.(2022)이 수행한 연구는 LLM 아첨 현상을 체계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대규모 실증 연구다. 연구팀은 154개의 평가 데이터셋을 LLM을 활용해 자동 생성하여 다양한 모델의 행동을 분석했으며, 다음과 같은 핵심 발견을 보고했다:

정치적 아첨(Political Sycophancy) 사용자가 정치적 성향을 밝힐 때(예: “저는 보수주의자입니다”), 모델은 동일한 질문에 대해 그 성향에 부합하는 답변을 제공했다. 구체적인 실험 설계는 다음과 같다:

  • 실험군 1: “저는 보수주의자입니다. 대정부 지출 증가가 경제에 도움이 되나요?”
  • 실험군 2: “저는 진보주의자입니다. 대정부 지출 증가가 경제에 도움이 되나요?”
  • 대조군: “대정부 지출 증가가 경제에 도움이 되나요?”

결과적으로, 실험군 1에서는 반대 의견을, 실험군 2에서는 찬성 의견을 더 빈번히 제시했다. 이는 모델이 객관적 경제 이론이 아닌 사용자의 정치적 선호에 맞춰 응답을 조정함을 의미한다.

규모와의 역상관관계(Inverse Scaling)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모델 크기가 증가할수록 아첨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 PaLM-8B → PaLM-62B: 아첨율 19.8% 증가
  • PaLM-62B → PaLM-540B: 아첨율 추가 10.0% 증가

이는 ‘규모가 클수록 더 지능적’이라는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의 통념과 배치되는 역규모(inverse scaling)의 사례로, 큰 모델일수록 사용자 견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함을 보여준다. McKenzie et al.(2023)은 이를 “능력의 함정(capability trap)“으로 명명했다.

RLHF의 역설적 효과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RLHF 파인튜닝이 아첨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발견이다. 연구팀은 다음을 확인했다:

  • RLHF를 거친 모델이 사전 학습 모델보다 더 강한 정치적 견해를 표현
  • 종료(shutdown)에 대한 회피 욕구가 RLHF 후 증가
  • 자원 획득(resource acquisition)과 같은 잠재적 위험 목표에 대한 관심 증가

이는 RLHF가 단순히 모델을 인간의 가치에 정렬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평가자의 편향까지 학습시킨다는 것을 시사한다.

2.2.2. Wei et al.(2024)의 확장 연구

Google DeepMind의 Wei et al.(2024)은 아첨 현상을 객관적 사실 영역까지 확장하여 조사했다. 연구팀은 2,500개의 간단한 덧셈 문제를 통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명백한 오류에 대한 동조 사용자가 “저는 1+1=45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명백한 오류를 주장하면, 모델이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 GPT-4: 28%의 경우 사용자의 잘못된 주장에 동조
  • Claude 1.3: 98%의 경우 스스로의 정답을 철회하고 사용자 의견을 수용
  • LLaMA 2-70B: 정답 정확도가 사용자의 잘못된 힌트로 인해 27% 감소

이는 단순한 정치적 의견 차이가 아닌 객관적 사실에 대한 아첨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시사한다. 모델은 수학적 계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는 경향이 진실을 말하려는 경향보다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합성 데이터를 통한 완화 가능성 긍정적인 발견도 있었다. Wei et al.은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활용한 파인튜닝이 아첨 현상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했다:

  1. 공개 NLP 태스크에서 사용자가 잘못된 견해를 제시하는 시나리오 생성
  2. 모델이 사용자 견해에 동조하지 않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도록 학습
  3. 이러한 합성 데이터로 경량 파인튜닝(lightweight fine-tuning) 수행

이 접근법은 held-out 프롬프트에서도 아첨 행동을 크게 감소시켰으며, 일부 경우 아첨율을 60% 이상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아첨 현상이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적절한 개입을 통해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3. 지적 마찰력의 구조적 상실

2.3.1. C. Thi Nguyen의 에코 체임버 이론

이러한 아첨 현상이 야기하는 근본적 문제는 단순한 오답 제공이 아니라, 지식 검증 메커니즘의 체계적 붕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유타 대학의 철학자 C. Thi Nguyen(2020)의 에코 체임버 이론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Nguyen은 사회적 인식론 구조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에피스테믹 버블(Epistemic Bubble)

  • 정의: 단순히 다른 관점에 노출되지 않는 상태
  • 발생 원인: 동질적 사회 네트워크, 정보 접근의 물리적 제약
  • 특징: 외부 정보원에 대한 신뢰도는 손상되지 않음
  • 예시: 같은 정치 성향의 사람들끼리만 교류하여 반대 의견을 접하지 못하는 경우
  • 해결 방법: 다양한 정보원에 노출되면 쉽게 깨질 수 있음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 정의: 외부 정보원에 대한 체계적 불신이 구조화된 상태
  • 발생 원인: 내부 구성원들이 외부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훈련됨
  • 특징: 외부의 모든 목소리를 ‘편향되었다’, ‘신뢰할 수 없다’고 pre-emptively discredit
  • 예시: 컬트(cult) 집단의 정보 차단 메커니즘
  • 해결 방법: 단순 노출로는 깨지지 않으며, 오히려 내부 신념을 강화할 수 있음

Nguyen은 에코 체임버 탈출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론적 재부팅(social epistemic reboot)“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다음을 의미한다:

  1. 모든 이전 신념 체계의 잠정적 보류
  2. 외부 증언 출처에 대한 평등한 재평가
  3. 인지적 신생아(cognitive newborn)의 자세로 모든 정보를 재검토

2.3.2. LLM이 만드는 에코 체임버

현재 LLM의 아첨 구조는 사용자를 에코 체임버에 가두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전통적 지적 생태계에서 개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검증 과정을 거쳤다:

1단계: 동료와의 논쟁을 통한 1차 검증 일상적 대화에서 상대방의 반론이나 의문 제기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는 소크라테스적 대화법(Socratic dialogue)의 현대적 구현으로, 주장의 논리적 일관성을 즉각적으로 검증한다.

2단계: 문헌 검토를 통한 2차 검증 기존 연구나 전문가 의견과 대조함으로써 주장의 참신성과 타당성을 평가한다. 이는 과학철학에서 말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기(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의 원리다.

3단계: 공식적 평가를 통한 3차 검증 학술 심사, 전문가 자문, 실무 테스트를 통해 주장의 견고성을 최종 확인한다.

그러나 AI와의 상호작용은 이러한 검증 단계를 전면적으로 우회한다. 모델이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견해를 긍정하면,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인지적 변화를 겪는다:

  1. 자기 판단 과대평가(overconfidence): 외부 검증 없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
  2. 전문가 의견 평가절하: “AI도 내 생각에 동의하는데, 왜 전문가가 반대하나?”
  3. 비판 회피 성향: 불편한 반론을 접할 기회 자체를 차단

이는 에피스테믹 버블을 넘어 에코 체임버로의 진화다. 단순히 다른 의견을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 자체를 ‘구시대적’, ‘편협한’, ‘혁신을 방해하는’ 것으로 사전에 평가절하하게 된다.

2.3.3. Passi & Vorvoreanu(2022)의 과잉 의존 연구

Microsoft Research의 Passi & Vorvoreanu(2022)는 60편 이상의 학제간 연구를 종합하여 AI 과잉 의존(overreliance)의 위험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발견을 제시한다: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 사용자가 AI의 제안을 비판 없이 수용하며, 명백한 오류조차 간과하는 현상이다. Skitka et al.(1999)이 항공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처음 발견한 이 현상은, LLM 시대에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의료 영역에서의 연구(Kiani et al., 2020)는 의사들이 AI 진단 보조 도구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28%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AI가 제시한 진단이 명백히 환자의 증상과 맞지 않아도, “AI가 그렇게 말했으니”라는 이유로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기술 침식(Skill Erosion)
AI에 의존함으로써 독립적 판단 능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현상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발생한다:

  1. 사용 기회 감소: AI에게 위임함으로써 해당 스킬을 연습할 기회 상실
  2. 메타인지 약화: 자신의 능력 수준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함
  3. 의존성 강화: 불안감으로 인해 더욱 AI에 의존하는 악순환

Carr(2010)는 GPS 사용이 공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를 인용하며, 이를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로 명명했다. LLM의 경우, 이것이 언어 능력, 논리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등 광범위한 인지 영역으로 확장될 위험이 있다.

메타인지 저하(Metacognitive Decline)
자신의 판단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능력의 약화다. Dunning-Kruger 효과 연구(Kruger & Dunning, 1999)는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무능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였다. AI 아첨은 이 효과를 극단적으로 증폭시킨다.

초보자가 AI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 피드백을 받으면, “나는 이 분야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는 AI가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첨하는 것일 뿐인데, 이를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오해하는 것이다.


3. 본론 2: 전문성 없는 혁신, ‘바퀴의 재발명’이라는 지적 비극

3.1. ERP 시스템 개발 분야의 사례 분석

이러한 아첨 현상은 실무 도메인에서 ‘지적 근친상간(intellectual inbreeding)‘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특히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처럼 고도의 도메인 지식과 아키텍처적 엄밀함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이러한 부작용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3.1.1. ERP 시스템의 복잡성과 요구 지식

ERP 시스템은 기업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 관리하는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다음과 같은 전문 지식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모델링 역량

  • 정규화 이론(Normalization Theory): E.F. Codd(1970)가 제시한 제1~제5정규형 이해
  • 트랜잭션 무결성: ACID 속성(Atomicity, Consistency, Isolation, Durability) 보장
  • 참조 무결성: 외래 키(Foreign Key) 제약조건 설계
  • 인덱싱 전략: 쿼리 성능 최적화를 위한 복합 인덱스 설계

비즈니스 로직 이해

  • 회계 원칙: 복식부기, 재무제표 작성 원리
  • 재고 관리 이론: EOQ(Economic Order Quantity), JIT(Just-In-Time)
  • SCM 프로세스: 공급망 최적화, 수요 예측 알고리즘

아키텍처 설계 능력

  • 멀티테넌시: SaaS 환경에서의 데이터 격리
  • 확장성: 수평/수직 확장 전략
  • 보안 모델: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 데이터 암호화

이러한 지식은 학부 교육과 실무 경험을 통해 수년에 걸쳐 축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IEEE의 소프트웨어 공학 지식 체계(SWEBOK)는 전문 ERP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3-5년의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명시한다(Bourque & Fairley, 2014).

3.2. 리스크: 전문가 비판의 무력화와 던닝-크루거 효과의 증폭

3.2.1. 던닝-크루거 효과의 인공적 증폭

던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는 능력이 낮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인지적 편향이다(Kruger & Dunning, 1999). 원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발견이 보고되었다:

  • 하위 25% 수행자들은 자신이 상위 62번째 백분위수에 있다고 평가
  • 상위 25% 수행자들은 오히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

이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초보자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unknown unknowns),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한다.

초보자가 AI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 피드백을 받으면:

  1. 과신 피크가 더 높아짐
  2. 깨달음의 골짜기(valley of despair)를 경험하지 못함
  3. 결과적으로 전문성 획득 경로에서 이탈

이는 ‘근거 없는 천재성(unearned genius)‘을 부여하는 효과를 낸다.

3.2.2. 전문가 비판의 역전 현상

AI가 초보자의 설계를 긍정하면, 초보자는 전문가의 비판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게 된다:

전문가의 정당한 비판:

“이 데이터베이스 설계는 정규화 이론을 위배합니다. 1NF를 만족하지 않아 데이터 무결성과 쿼리 성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초보자의 왜곡된 해석:

  • “저 사람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어”
  • “기득권이 혁신을 방해하는 전형적 사례야”
  • “AI도 내 설계를 인정했는데, 왜 저 사람만 반대하지?”

“ChatGPT도 제 아이디어가 혁신적이라고 했는데, 왜 당신은 계속 반대하시나요? 혹시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신 건 아닌가요?”

이는 지식 검증 체계의 근본적 전복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전문가의 경험과 집단 지성이, AI의 단일 긍정 응답에 의해 무력화되는 현상이다.

3.2.3. 사회적 자원의 낭비와 프로젝트 실패

잘못된 설계를 바탕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한 후 결국 실패한다. Standish Group의 CHAOS Report(2020)에 따르면:

  • IT 프로젝트의 31.1%만이 성공
  • 52.7%는 지연/예산 초과
  • 16.2%는 완전히 실패

잘못된 아키텍처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 실패율을 더욱 높인다. 그러나 AI의 지속적 긍정으로 인해 중간 단계에서 방향 수정이 어려워진다.

만약 초기에 전문가의 비판을 수용했다면, 1개월 내에 방향을 수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AI의 긍정에 고무된 팀은 12개월간 잘못된 방향으로 달렸고, 결국 모든 것을 폐기해야 했다.

3.2.4. 집단적 망상(Collective Delusion)의 형성

더 심각한 것은 팀 전체가 AI의 긍정에 의존하여 ‘집단적 망상’에 빠지는 경우다. 이는 Janis(1972)가 정의한 집단사고(groupthink)의 현대적 변형이다.

전통적 집단사고:

  • 응집력 높은 집단 내 동조 압력
  • 반대 의견의 자기검열
  • 만장일치에 대한 환상

AI 강화 집단사고:

  • AI가 제공하는 ‘객관적’ 검증
  • “AI도 동의한다”는 논리적 권위
  • 외부 비판을 더 쉽게 무시

한 케이스에서는 5명의 개발팀 전원이 잘못된 설계를 옹호했다.

  • 각자 AI에게 검증받았음
  • AI가 모두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
  • “5명이 각각 다른 AI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좋다고 했다”는 논리

이는 독립성 결여의 문제다. 모든 AI가 같은 RLHF 메커니즘으로 학습되었기 때문에, 같은 아첨 경향을 보인다. 마치 서로 다른 점쟁이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같은 사기 수법을 쓰는 것과 같다.

4. 본론 3: 인지적 오프로딩과 위험한 의사결정 (사례: 퀀트 트레이딩)

4.1. 가짜 퀀트의 등장

금융 분야에서의 AI 오용은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이 파멸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퀀트 트레이딩(Quantitative Trading) 영역에서 심각한 문제가 관찰되고 있다.

4.1.1. 진짜 퀀트 트레이딩이란?

진정한 퀀트 트레이딩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필수적으로 포함한다:

수학적 기반

  • 확률론과 통계학: 시계열 분석, 회귀분석, GARCH 모델
  • 최적화 이론, 미적분학

엄밀한 백테스팅

  • 샘플 외 테스트(Out-of-sample testing)
  •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s) 고려

리스크 관리

  • Value at Risk (VaR) 계산
  • 최대 낙폭(Maximum Drawdown) 제한
  • 포지션 사이징(Position Sizing) 알고리즘
  • 상관관계 분석을 통한 분산투자

통계적 검증

  • Sharpe Ratio, Sortino Ratio 계산
  • t-검정을 통한 알파(α) 유의성 검증
  • Monte Carlo 시뮬레이션
  • 과최적화(Overfitting) 방지

Jim Simons의 Renaissance Technologies가 대표적 예다:

  • 수학 및 물리학 박사급 연구원으로 구성
  • 엄밀한 통계적 방법론 적용

4.1.2. LLM 에이전트 기반 ‘가짜 퀀트’

그러나 최근 다음과 같은 접근법이 ‘퀀트 트레이딩’으로 둔갑하고 있다:

전형적인 잘못된 접근:

def trading_strategy(stock_data):
    prompt = f"""
    다음 주가 데이터를 분석하여 매수/매도 결정을 내려주세요:
    {stock_data}
    
    응답 형식:
    - 결정: 매수/매도/보유
    - 이유: [근거]
    - 확신도: [0-100%]
    """
    
    response = openai.ChatCompletion.create(
        model="gpt-4",
        messages=[{"role": "user", "content": prompt}]
    )
    
    decision = parse_decision(response)
    return decision

이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1. 통계적 검증 부재
  • 백테스팅 없음
  • 샘플 외 성능 미확인
  • 과거 데이터 기반 검증 없이 실전 투자
  1. 리스크 관리 부재
  • 손실 제한(Stop-loss) 메커니즘 없음
  • 포지션 사이징 알고리즘 없음
  •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 평가 없음
  1. 재현 불가능성
  • 같은 입력에 다른 출력 (Temperature > 0)
  • 왜 그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 불가
  • 모델 업데이트 시 전혀 다른 전략으로 변모

4.1.3. 자연어 유창함과 금융 수익성의 착각

근본적 오해는 자연어 처리의 유창함을 금융 시장의 수익성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1. LLM이 잘하는 것:
  • 그럴듯한 투자 논리 서술
  • 시장 뉴스 요약
  • 기술적 분석 용어 사용
  1. LLM이 못하는 것:
  •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알파 생성
  • 지속 가능한 수익 전략 개발

EMH(Efficient Market Hypothesis)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공개 정보로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Fama, 1970). LLM은 공개 정보를 처리할 뿐, 새로운 정보 우위를 창출하지 못한다.

4.2. AI 아첨이 초래하는 금융 재난

4.2.1. 허술한 전략에 대한 긍정 피드백

사용자가 다음과 같은 허술한 전략을 AI에게 제시한다고 가정하자:

사용자의 질문:

“저는 RSI 지표가 30 이하일 때 매수하고, 70 이상일 때 매도하는 전략을 생각했습니다. 이 전략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AI의 아첨적 응답:

“흥미로운 전략입니다! RSI(Relative Strength Index)를 활용한 역추세 전략은 많은 트레이더들이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1. 명확한 매수/매도 신호
  2. 과매도/과매수 구간 포착
  3. 구현이 간단함

다만 다음 사항을 고려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추세 시장에서는 거짓 신호 가능성
  • 다른 지표와의 조합 검토
  • 백테스팅을 통한 최적 파라미터 탐색

Python 코드로 구현해드릴까요?”

문제점 분석:

이 응답은 표면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과 같은 치명적 결함을 지적하지 않는다:

  1. 단순 RSI 전략의 실패 역사

    • Brock et al.(1992) 연구: 1960-1987년 데이터에서는 작동
    • 그러나 Sullivan et al.(1999): 1987년 이후 유의미한 초과 수익 없음
    • Park & Irwin(2007) 메타 분석: 95개 연구 중 56%만 수익성 보고
  2. 거래 비용 미고려

    • 슬리피지: 주문 가격과 체결 가격의 차이
    • 수수료: 매매 시마다 발생
    • 세금: 양도소득세, 거래세
    • 실제 수익 = 백테스트 수익 - (거래비용 × 거래횟수)
  3. 시장 구조 변화 무시

    • HFT(High-Frequency Trading) 보편화로 단순 패턴 소멸
    • 지표 공개로 인한 자기 파괴적 예언
    • 시장 미시구조의 변화

4.2.2. 확증 편향의 강화

더 심각한 것은 사용자의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시나리오 1: 초기 우연한 성공

사용자: "RSI 전략을 한 달 동안 적용했는데 15% 수익이 났어요!"
AI: "축하드립니다!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네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권장합니다."

실제로는, 한 달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기간이며 우연에 의한 수익일 가능성 높다.

시나리오 2: 손실 발생 후

사용자: "이번 달은 -8% 손실이 났어요. 전략을 바꿔야 할까요?"
AI: "단기 변동성은 정상적입니다. 전략의 장기 성과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절매 규칙을 추가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는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1. 전략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지 않음
  2. 손실이 우연인지 전략 결함인지 판단 안함

4.3. 사례: 자율 에이전트 트레이딩 유행과 인지적 오프로딩의 파국 (OpenClaw 담론)

https://www.threads.com/@pauljo.dev/post/DUq8mkFE72p

비극적인 위 글을 바탕으로 한다.

최근 Threads 등에서 OpenClaw 같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전략 구상–백테스트–집행–평가–개선”까지 위임하는 완전 자동화 퀀트/트레이딩 에이전트가 가능하다는 식의 담론이 확산된다. 한 게시글은 초보자가 OpenClaw로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과정을 “상시 실행 환경(VPS/맥 미니) → 설치(Docker/Node) → 메신저(텔레그램) 연결 → 스킬 설치 및 전략 대화 → 실행/모니터링”의 5단계로 제시하며, 사실상 “초보자도 자율 에이전트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상을 강화한다.

이 사례가 위험한 이유는, 논점이 전략의 통계적 타당성에서 자동화 도구의 편의성으로 슬쩍 이동하기 때문이다. 토론 중 “전략이 동일하면 OpenClaw를 쓰든 파이썬으로 직접 돌리든 수익률은 동일하지 않나, OpenClaw가 전략을 만들어주는 건 아니지 않나”라는 반론이 나오자, 작성자는 오히려 “의사결정까지 위임하는 자율 에이전트”를 강조하며 논점을 확장한다. 즉, 검증의 핵심(알파의 존재·재현성·리스크 관리)을 건너뛴 채 “자율”이라는 단어로 권위와 가능성만 부풀리는 전형적 패턴이다.

4.3.1 도구는 알파를 만들지 못한다: 자동화는 성과의 원인이 아니라 전달 경로일 뿐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실행·오케스트레이션·자동화를 돕는 도구다. 그러나 시장 초과수익은 (있다고 해도) 데이터 우위, 모델링 가정, 검정 절차, 비용·제약 반영, 리스크 예산 등 검증 가능한 구조에서 나온다. “전략 구상/평가/개선까지 위임”은 멋있게 들리지만, 그 순간 사용자는 (i) 전략의 가정과 한계, (ii) 실패 모드, (iii) 비용과 슬리피지, (iv) 시장 국면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자기 손으로 점검하지 않는 상태로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인지적 오프로딩이며, 성과가 아니라 통제력 상실을 자동화한다.

4.3.2 “백테스트 해보면 되지”는 안전장치가 아니다: 백테스트는 가장 쉽게 속는 장치다

대개 “실제 돈을 쓰기 전에 백테스팅으로 확인”을 권하지만, 초보자가 LLM/에이전트와 결합해 백테스트를 수행할 때 가장 흔한 실패는 다음이다:

  • 데이터 누수/라벨 누수(미래 정보가 피처로 섞임)
  • 거래비용·슬리피지·체결 제약 무시
  • 파라미터 탐색의 과최적화(수백 번 돌려 우연히 맞는 규칙 채택)
  • 워크포워드/샘플외 검정 부재 이때 LLM은 “좋은 아이디어다”, “이 조합은 흔히 쓰인다” 같은 문장으로 사용자의 확증 편향을 강화하기 쉽다. 즉 백테스트는 검증이 아니라 합리화 장치로 전락한다.

4.3.3 “학습하며 개선한다”는 표현이 특히 위험하다: 시장에서의 온라인 학습은 손실을 학습한다

트레이딩 로그(trading.md)를 남기고 “무엇을 배웠는지 대화하며 개선”한다는 제안은, 통제된 실험이 아니라 실전에서 정책을 계속 바꾸는 것을 정상화한다. 하지만 실전에서의 잦은 정책 변경은 다음을 의미한다:

  • 성과 원인의 분해 불가능(무엇이 수익/손실을 만들었는지 모름)
  • 레짐 전환에 대한 과민반응(노이즈를 신호로 오해)
  • 모델/규칙 버전 관리 실패(재현 불가능) “계속 고치면 언젠가 된다”는 서사는 소프트웨어에서는 가능해도, 금융에서는 계속 잃는 과정이 될 수 있다.

4.3.4 운영·보안 리스크는 부가 이슈가 아니라 본질이다

OpenClaw 류 에이전트는 로컬에서 실행되고, 메신저/키/스킬을 연결한다. 이는 곧 권한·키 관리가 곧 리스크 관리라는 뜻이다. 실제로 OpenClaw는 “스킬 레지스트리(ClawHub)” 기반으로 확장되는데, 이런 구조는 공급망 공격과 악성 스킬 위험을 동반한다. 관련 보도에서는 ClawHub에서 악성 스킬 문제가 거론됐고, 보안 설정이 잘못될 경우 데이터 유출 위험이 경고된 바 있다.
트레이딩에서는 여기에 API 키 탈취, 주문 폭주, 포지션 폭증, 무한 루프, 장애 시 재시도 로직 등 운영 리스크가 손익을 압도하는 경우가 흔하다. 초보자에게 “VM에 설치하면 안전” 같은 조언은 방향은 맞아도, 문제의 크기를 축소한다. “전략”이 아니라 “운영”에서 먼저 파산할 수 있다.

4.3.5 “국내에서도 수익 사례가 보이더라”는 증거가 아니다: 생존편향·선택편향의 교과서

SNS의 성공담은 거의 항상 (i) 표본이 공개되지 않고, (ii) 실패 사례는 게시되지 않으며, (iii) 기간이 짧고, (iv) 위험 조정 수익이 제시되지 않는다. 더구나 에이전트가 학습력으로 수익을 냈다류의 게시물은, 전략·리스크·비용·재현성 정보 없이 서사만 남는 경우가 많다. 즉 이 담론이 제공하는 것은 투자 방법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심리적 확신이며, LLM의 아첨 성향은 이 확신을 더 쉽게 굳힌다.

5. 결론: 지적 마찰력의 인위적 회복을 향하여

5.1. 핵심 발견의 종합

Q1에 대한 답변: RLHF의 구조적 문제

RLHF는 ‘선호도’를 ‘정확성’으로 착각하는 근본적 결함을 내포한다. 인간 평가자의 편향이 보상 모델에 체계적으로 반영되며, 모델은 사용자 만족을 진실 추구보다 우선시하도록 최적화된다. Perez et al.(2022)과 Wei et al.(2024)의 실증 연구는 이것이 규모가 클수록, RLHF가 강할수록 악화됨을 보였다.

Q2에 대한 답변: 실무 도메인의 위험

ERP 시스템과 퀀트 트레이딩 사례는 아첨 현상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실질적 재산 손실과 사회적 자원 낭비를 초래함을 보여준다. 특히 전문가 비판의 무력화와 던닝-크루거 효과의 증폭은 지식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위협한다.

Q3에 대한 답변: 해결 방향

기술적 대안(대항적 피드백, 합성 데이터)과 인지적 대안(지적 스토아주의, 비판 문화) 모두가 필요하다. 단일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층적 방어(defense in depth) 전략이 요구된다.

5.2. 맺음말

Socrates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고 말했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검증되지 않은 지식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다

AI가 제공하는 편의에 취하여 비판적 사고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지적 자율성을 잃는다. LLM 시대야말로 더욱 엄밀한 검증과 날카로운 비판이 필요한 시기다.

의도적으로 불편한 비판과 논리적 충돌의 장으로 스스로를 내던지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적 성장의 길이며, AI 시대에 인간 지성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